오늘도 수많은 책이 세상에 나왔다. 어떤 책은 잘 팔리고 어떤 책은 절판되어 사라진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쓰인 나무가 아까울 정도로 별 볼 일 없어 보여도 큰 인기를 끄는 책이 있는가 하면, 깊이와 무게감이 대단함에도 구석에서 먼지만 쌓여 있는 책도 있다. 정글 같은 서점가에서 살아남아 ‘베스트셀러’ 10 코너에 입성하는 영광을 누리는 건 대체 어떤 책들일까. 장 폴 사르트르는 “책을 통해 세계를 알았다(All that I know about my life, it seems, I have learned in books.)”고 했다. 우리라고 못할 것은 뭐란 말인가. 서점가에 달려가 매의 눈으로 베스트셀러 코너를 살폈다. 베스트셀러들의 제목만 훑어도 ‘지금 이 순간’ 한국인의 욕망과 욕구가 보인다.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영풍문고 등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를 1위부터 10위까지 정리한 후 각 리스트에서 2회 이상 중복된 책 위주로 선정했다. 특정 서점에서만 유독 인기가 있는 책은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집계 기간: 2017.3.13.~2017.3.19.)]
언어의 온도
– 저자 이기주 (말글터)
교보문고 1위, 예스24 2위, 알라딘 4위, 영풍문고 1위
한국어는 점 하나, 조사 하나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문장의 결이 달라진다. “넌 얼굴도 예뻐”와 “넌 얼굴만 예뻐”는 써놓으면 비슷해 보이지만 그 뜻은 천지차이다. 그래서 한국어는 처음에 배우기는 쉽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어렵다. 이 책은 엿듣고 기록하는 일을 즐기는 작가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언어의 소중함과 절실함을 담아낸 에세이다. 저자는 말과 글에 나름의 온도가 있다고 믿는다.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언어 온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내 말과 글의 온도는 너무 차갑거나 뜨거운 건 아닐까? 지금 나의 언어 온도는 몇 도일까?
국가란 무엇인가
– 저자 유시민 (돌베개)
교보문고 1위, 예스24 2위, 알라딘 4위, 영풍문고 1위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은 한국인에게 답이 절실한 질문이다. 이 책은 2011년 출간한 책의 개정신판으로 당시 정당(국민참여당) 대표였던 유시민이 정치적인 입장을 가감 없이 드러낸 책이다. 국가의 본질은 무엇인지, 진보정치가 지향해야 할 바는 무엇인지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초판과 구성, 기본 골조는 같지만 여러 가지가 달라졌는데 저자가 정치인에서 전업 작가가 됐고, 정치 상황도 변했으며 시민도 달라졌다. 그 변화를 이 책에 담았다. 지난겨울 추위와 불의에 맞서 촛불을 든 이들, 올바른 국가란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이라면 이 제목에 끌릴 수밖에 없다.
자존감 수업
– 저자 윤홍균 (심플라이프)
교보문고 3위, 예스24 5위, 알라딘 2위, 영풍문고 2위
여러 방면에서 멘탈이 탈탈 털린 한국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자존감 회복이 아닐까.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자존감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려주고,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말 그대로 ‘수업 교재’ 같은 책이다. 저자는 자존감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사람과 일, 사랑, 관계 맺기에 큰 비중을 뒀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자존감을 지키고 회복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한다. 자존감이라는 자전거를 타는 법을 알려주고, 넘어지지 않고 오래 타는 법, 안전하게 넘어지는 법, 착용해야 할 보호장비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이다.
기린의 날개
–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김난주 (재인)
교보문고 5위, 예스24 9위, 영풍문고 8위
추리소설의 대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일본 작가 중 한 명이다. 교보문고에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독자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은 일본 소설을 뽑았는데 10년간 누적 판매 1위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다. 그의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용의자 X’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그의 ‘가가 형사 시리즈’ 아홉 번째 작품이다. 가족애를 그린 감동적인 휴먼스토리로 일본에서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또 어떤 예상 못한 반전으로 독자를 놀라게 할까.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 저자 김민식 (위즈덤하우스)
교보문고 6위, 예스24 7위
영어를 잘하면 인생이 잘 풀릴까? 정규 교육과정에서만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하지만 매번 외국인을 만나면 얼어붙는 한국인에게 용기를 주는 책이다. 저자는 중학교 영어 교과서 외우기로 영어 세계에 입문해 미국 시트콤 ‘프렌즈’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 드라마 PD가 됐다. 한국의 인기 시트콤 ‘뉴 논스톱’, 드라마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한 저자는 유학과 어학연수 없이 30년 독학으로 습득한 영어 공부 노하우를 책에 담았다. 기초 영어 회화책 한 권을 완벽히 외우라는 것이 그의 조언. 책 한 권만 떼어도 영어 울렁증이 극복되고 자신감이 붙는다는 것이다. 세상의 많은 ‘영어 포기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전해보라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책이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저자 설민석 (세계사)
예스24 8위, 영풍문고 5위
한국에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조선왕조실록이 지금도 의미를 갖는 까닭은 당대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관한 고민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록을 읽는다는 것은 조선시대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는 것과 같다. 역사 공부가 지루하고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면 일단 쉽게 읽히는 책으로 시작해보자.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O‘TVN ‘어쩌다 어른’ 등의 방송에 출연한 스타 역사 강사인 저자의 위트가 담긴 한국사 책이다. 조선시대 왕 27명과 핵심적인 주요 사건을 간결하고 재치 있게 풀었다. 이 책으로 역사 공부에 재미를 붙인 후 다양한 사관을 접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