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부 축구 리그가 개막했다. 지난해까지 K리그 클래식이었다가 올해는 K리그1이라는 더 단순한 이름으로 바뀌었다. 1라운드의 주인공은 브라질에서 온 24세 거인, 말컹(Marcos Vinicius Amaral Alves, Marcão)이다.
개막전에서 경남 FC의 스타팅 공격수로 뛴 말컹은 상주 상무를 상대로 세 골을 터뜨렸다. 첫 경기 해트트릭은 K리그가 라운드 로빈 토너먼트 형태를 도입한 뒤 최초다. 그러고는 퇴장을 당했다. 여러모로 강렬한 이 경기는 말컹의 K리그1 첫 경기였다.
15세 때부터 덩크를 했던 축구선수
말컹은 키가 196센티미터다. 그의 아버지는 농구 팀 감독이었다. 말컹은 브라질의 수많은 소년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15세 때부터 덩크슛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농구에 재능이 있었고, 한때 농구선수로 활동했다. 부모가 이혼하고 어머니와 살게 되자 말컹은 가족을 돕기 위해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축구로 돌아갔다. 브라질 4부 리그 구단 이투아누 FC에서 그저 그런 공격수였던 말컹은 2017년 한국의 경남으로 이적했다.
말컹은 희망보다 걱정을 품고 한국으로 왔다. 축구선수로는 매우 큰 체격을 이용한 힘 있는 플레이가 돋보였지만, 성격이 소심하고 브라질 선수치고 유연하지 못하다는 점이 단점이었다. 이투아누의 회장은 2002 한일월드컵 때 브라질의 우승 멤버였던 미드필더 주니뉴 파울리스타다. 주니뉴는 경남 측에 “말컹이 여리고 소심한 면이 있으니 잘 돌봐줘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말컹은 첫해 K리그2(2부) 최다골을 넣으며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거뒀다. 그는 K리그2의 수많은 브라질 공격수 중에서도 특별한 선수였다. 한국 선수를 가볍게 몸으로 밀어버릴 수 있는 몸싸움 능력, 무거운 오른발에서 나오는 원거리 슈팅, 드리블 돌파 등 다양한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말컹은 22골로 최다득점상을 수상했을 뿐 아니라 연말 시상식에서 시즌 MVP도 차지했다. 경남은 말컹과 함께 우승했다. 말컹을 영입하려는 팀이 한국, 중국, 일본에서 몰려들었지만 경남은 말컹을 지킨 채 K리그1으로 올라오는데 성공했다.
말컹의 성공은 상당 부분 김종부 감독 덕분이었다. 김종부는 선수 시절 한국에서 가장 재능이 뛰어난 공격수였다. 김종부는 매 훈련 때마다 말컹을 직접 가르쳤다. 말컹은 슛을 할 때의 기술적인 부분부터 전술적인 움직임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성장해나갔다. 보통 브라질 선수들은 한국 선수보다 기술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한국 감독에게 세밀한 지시를 받는 걸 싫어한다. 말컹과 김종부의 관계는 특이했다.
K리그1 득점왕 거쳐 유럽으로 가는 꿈
말컹은 사랑받는 선수다. 경남 FC의 홈 구장인 창원축구센터에 가면, 초등학생 팬들이 말컹을 쫓아와 사진을 찍는 걸 볼 수 있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한국인 스타 선수들보다 말컹이 더 인기가 많다. 말컹의 해맑은 태도가 더 많은 사랑을 불러일으킨다. 말컹은 트와이스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한 뒤 ‘골을 넣으면 트와이스의 춤으로 셀레브레이션을 해라’라는 요구를 받았고, 상주를 상대로 첫 골을 넣은 뒤 <TT>의 안무를 췄다. 손은 안무 그대로였지만 발은 삼바 리듬을 밟고 있었다. 때로는 축구공으로 농구의 점퍼를 던지는 듯한 셀레브레이션을 하기도 한다.
말컹은 여전히 농구를 사랑한다. 마이클 조던, 르브론 제임스를 거쳐 지금은 스테픈 커리의 팬이다. 집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모자를 여러 개 놓고 있다가 주위 사람들에게도 씌워준다. 작년에 커리가 한국에 왔을 때, 말컹은 행사 초청권을 뽑으려고 언더아머 제품을 잔뜩 구입했다가 결국 실패하기도 했다. 한 기자로부터 “축구 선수로서 유명해지면 커리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말컹은 꿈같은 이야기라는 표정으로 “오라클 아레나에서 워리어스 경기를 보고 싶을 뿐이다. 운이 좋으면 커리와 셀카 정도는 찍을 수 있겠지”라고 대답했다.
말컹은 자신을 케빈 듀란트와 비교하기도 했다. 농구 용어로 말하면 컴패리즌(comparison)이다. “듀란트는 키가 크고 인사이드, 아웃사이드 득점이 다 가능하다. 나도 키가 크고 머리와 발을 다 잘 쓰니까 축구로 치면 비슷하다.”
그가 해맑은 선수라는 건 중국보다 유럽행을 더 원한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에 온 남아메리카 선수들은 대부분 중국으로 이적해 거액 연봉을 받고 싶어 한다. 작년 K리그1 득점왕인 조나탄(당시 수원 삼성 소속)도 올해 중국 구단인 톈진 테다로 이적했다. 반면 말컹은 돈보다 명예를 쫓을 예정이다. 김종부 아래서 더 뛰어난 공격수가 된 뒤 유럽으로 갈 생각이다. 일단 올해 목표는 K리그1 득점왕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