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한국 사회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해왔다. 심한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들의 이야기가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2014년 1월 28일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공표, 2014년 9월 29일에 시행되었다. 그 후 아동학대 및 방임에 대한 신고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으나 아직 20퍼센트 정도에 그쳐, 미국의 신고율 70퍼센트를 비롯한 다른 선진국들의 신고율보다 현저히 낮다.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법적, 사회적, 심리적 지원체계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아동과 부모, 교사를 자주 만나는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일하면서, 나는 학대 피해아동의 정신적, 사회적 고통 뿐만 아니라 신고의무자들이 경험하는 어려움과, 한국의 아동보호시스템의 한계점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또 경험해왔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에서 1년 넘게 연수하면서, 나는 매사추세츠 주가 아동보호시스템에 상당한 자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가장 좋은 아동보호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주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병원과 대학,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이 풍부한 매사추세츠의 특성상, 오래전부터 다양한 전문가들이 아동학대 및 아동보호와 관련된 문제에 대하여 함께 협력해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로빈 도이치 박사는 이러한 역사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법정신의학 서비스 가운데 아동과 법 프로그램에서 20년 동안 일해왔으며, 가족과 조정법정연합(Association of Family and Conciliation Courts)의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윌리엄제임스대학(William James College)에서 아동학대 및 방임, 양육권 평가, 소년법정과 정신건강문제, 배우자 폭력 등에 대한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이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과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아동보호시스템이 어떻게 다른지 논의하고, 향후 한국의 아동보호시스템이 나아갈 바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학교 선생님들이 여러 번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이 수차례 혜나의 집을 방문했는데도, 왜 혜나의 친어머니와 동거남의 학대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고 혜나를 보호하지 못했는지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사실 혜나처럼 어린 아동은, 부모와 분리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혹은 보복당할까 봐, 혹은 학대가 더 심해질까 봐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어떻게 아동학대의 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요? 매사추세츠에는 아동학대가 의심되지만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요원이 학대의 증거를 찾기 어려운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있나요?
로빈 도이치: 정말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과 집에서 인터뷰를 하거나 부모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 인터뷰를 하게 되면 학대를 인정할 가능성이 훨씬 더 낮아집니다.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인터뷰를 하는지가 정말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동을 집이 아닌 곳에서 인터뷰하도록 많은 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경찰이 인터뷰를 하게 되고, 경찰이 잘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경찰은 유도하는 질문을 하기도 하고, 아동과 충분한 라포를 형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을 인터뷰할 때는 많은 것들을 고려해야 합니다. 매사추세츠에서는 아동가족부(Department of Child and Family Services, 이하 DCF, 한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해당)에서 초기 인터뷰를 합니다. 그런데 모든 초기 인터뷰가 항상 효과적으로 잘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심한 신체적 학대나 성적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성학대개입네트워크 인터뷰(Sexual Abuse Intervention Network interview)라고 불리는 보다 집중적인 인터뷰를 하게 됩니다. 이 인터뷰는 DCF가 사례를 검사, 대개 아동학대 가해자를 담당하는 검사에게 의뢰하여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아동은 아동을 전문적으로 인터뷰하도록 훈련된 전문가 한 명과 면담을 하고, 일방경(one-way mirror) 뒤에서 DCF, 경찰, 검사보, 그리고 관련된 사람들이 인터뷰를 지켜봅니다. 아동을 여러 사람이 반복해서 인터뷰하면 신뢰할 만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궁금한 것을 모두 아동에게 물어보고 나면, 거울 뒤에 있는 사람들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물어보도록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아동은 한 번만, 그리고 한 명하고만 면담을 하고, 관련된 사람들은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DCF의 업무가 너무 과중하다는 것입니다. DCF 요원 한 명당 담당하는 사례 수가 너무 많다 보니 가끔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집이 아닌 장소에서, 그리고 보호자 없는 상황에서 아동을 면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초기 면담도 아동의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이루어지나요?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주마다 다릅니다. 가끔 DCF가 아동의 집에서 초기 인터뷰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절대 보호자 함께 있는 상황에서 인터뷰를 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초기 면담을 위해서 집이 아닌 곳으로 아동을 데려가는 과정도 아동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동을 밤 11시에 집에서 데리고 나와서 위탁가정으로 데리고 가는 것과 같은 상황은 아동에게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겠네요. 한국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요원이 단독으로 혹은 경찰과 함께 출동하여 초기 인터뷰를 하는 경우는 86퍼센트 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나머지 14퍼센트의 경우, 경찰이 단독으로 학대가 의심되는 아동의 집에 가서 아동을 인터뷰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인력 부족이 심각합니다.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저는 15년 이상 DCF의 요원들을 교육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학대가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아동을 인터뷰하는 방법을 교육하기 이전에 아동발달 자체에 대해서 교육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맞습니다. 아동 발달을 이해하는 것이 아동의 행동과 반응, 말을 이해하는 바탕이 되니까요.
네. 매사추세츠나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그것을 친권의 종료(termination of parental rights)라고 부르고 소년법원이나 가정법원에서 담당합니다. 현재 매사추세츠에는 아이를 입양할 때 친부모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즉 친권이 종료되는 14가지 경우가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가 제일 먼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동의 부모가 부모로서 적합한가 하는 것입니다. 이 14가지 경우에는 학대나 방임, 유기 같은 것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그중의 하나가 아동이 6개월 이상 다른 곳에 보내졌는데 거기서 임시 보호자와 단단하고 긍정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경우입니다. 그러나 대개 DCF는 대개 아동이 임시보호자와 최소 1년 이상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했을 때 친권의 종료를 신청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수진이 혜나를 데리고 달아나서 6개월 이상 함께 있으면서 단단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했다면, 이 두사람은 함께 있을 수 있게 되나요?
그렇진 않습니다. 수진이 혜나를 데리고 도망갔기 때문에, 그녀는 절대 아이를 입양할 수 없습니다. 그녀가 한 행동은 유괴에 해당하니까요. 아이를 유괴하는 대신에 수진은 우선 위탁부모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런 다음에 DCF가 혜나를 수진에게 위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소 6개월 이상 수진이 혜나를 잘 돌보고, 또한 혜나의 친부모가 DCF의 지원 계획을 따르지 않거나, 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아서 아이를 데려갈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1년 정도가 지났을 때 DCF가 입양을 위한 과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수진은 유괴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수진은 혜나를 정말 잘 돌보았고, 둘의 관계가 매우 좋았습니다. 사실상 수진은 혜나가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어른이었습니다. 그래서 법원이 결정을 내리기 매우 어려운 사례였죠.
우리 아이들은, 특별히 범행을 저지르지 않으면 위탁가정으로 갑니다. 그렇지만 위탁가정의 수준은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래서 좋은 위탁가정에서 훌륭한 위탁 부모와 지내는 아이들도 있고, 위탁가정에서 다시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위탁부모를 뽑을 때는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칩니다. 그리고 위탁부모들은 금전적 보상을 받습니다.
정부에서 지불하나요?
맞아요, 주에서 지불합니다. DCF가 아이를 부모로부터 분리해서 어딘가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거의 반드시 위탁가정으로 보내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가 행동 문제나 감정조절 문제가 있어서 일반적인 위탁가정에서 지내기 어렵다면, 특별한 위탁가정으로 아이를 보냅니다. 하지만 이런 특별한 위탁가정이 모자란 상황이 생기면 그룹홈 같은 데서 지내게 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쉼터에 피해아동을 보내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적절한 지원을 받게 됩니다. 아이를 가족과 분리할 때 DCF는 반드시 아동과 가족을 위한 지원 계획을 수립합니다. 이러한 지원 계획에는 아동이 어떤 학대를 받았는지에 따라 아동을 위한 의학적인 치료나 정신과적인 치료, 교육지원이 포함됩니다. 또한 부모를 위한 지원 계획에는 약물사용이나 분노조절 문제 등에 대한 치료가 포함됩니다. 그리고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DCF요원과 함께 DCF 사무실에서 주 1회 한 시간 이하로 아동을 방문(supervised visitation)하게 됩니다.
대개 위탁가정에는 얼마나 오래 있나요?
법적으로는 아동의 영구적인 거처를 1년 안에 정하도록 되어 있고, 18개월까지 연장 가능하다고 되어 있습니다. 영구적인 거처는 부모에게로 돌아가거나, 입양을 갈 수 있게 되는 것들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는 경우는 드물어서 아이들은 종종 수 년간 위탁가정에 있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아이들은 여러 군데의 위탁가정을 전전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돌아갔는데, 부모가 다시 아이를 때려서 이번에는 다른 위탁가정으로 보내지는 것과 같은 경우입니다. 이렇게 여러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아동이 없도록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때로는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운이 좋은 아이들은 처음 보내진 위탁가정의 부모들에게 입양되기도 합니다.
아뇨, 들어보지 못했어요. 아이들이 차 안에 얼마나 오래 있었나요?
한 20분 정도요.
많이 더운 날이었나요?
글쎄요. 10월이었고 대략 섭씨 27-28도 였다고 하네요. 실제로 한국에서는 아이를 차에 남겨두는 것이 불법은 아니고, 법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아서 부모가 아이를 차에 남겨두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 부부가 명확히 잘못했고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영어를 거의 못하는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분리되어서 며칠 동안이나 남의 나라에 있는 쉼터에 있게 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갑자기 분리되는 경험이 더 트라우마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오, 정말 끔찍하네요. 미국에서는 이민가정에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요. 이민관세집행국(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은 불법 이민가정의 부모는 체포하고 아이들은 멀리 있는 보호 시설에 보내버립니다. 정말 끔찍한 일이죠. 아이들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이의 나이에 따라서 어떤 아이들은 자기 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원래의 사건이 무엇이었던지 간에, 설명과 준비 없이 이렇게 아이를 부모에게서 분리하는 것이 아이에게 더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이런 일들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에서 당신은 아이를 차에 두는 것은 불법입니다. 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도요?
개는 날씨가 매우 좋지 않은 경우가 아니라면 가능은 합니다.
미국의 법이 좋은 것은 어떤 것이 아동학대인지에 해당하는지 매우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것입니다. 매사추세츠에서는 10세 미만의 아동을 집에 혼자 남겨두는 것은 방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런 기준이 없습니다. 그래서 8세 아이들도 집에 종종 혼자 있게 됩니다. 한국에도 아동학대 및 방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고, 이것이 부모들에게 잘 전달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고 모든 사람에게 잘 전달된다면 제일 좋겠지요.
잠깐만요. 이런 사례들에 대한 애기를 교사들에게 들었다구요?
예, 한번은 학교 옥상에 올라가서 뛰어내려서 죽겠다고 하는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부모에게 연락을 해도 학교에 오지 않았기 때문에 보건교사가 양호실에서 내내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서 아이가 자살을 하지 않도록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퇴근하면서 부모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밤사이 자살을 하지 않을까 불안해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손목을 긋거나 자해를 반복하여 정신과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해서 교사가 부모와 상담을 하려고 하여도 학교에 오지도 않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학교는 ‘신고의무자’가 됩니다. 신고의무자는 학대나 방임이 의심만 되어도(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거나 조사를 하지 않아도) DCF에 신고를 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선생님과 교직원, 의료인은 신고의무자입니다. 그렇지만 신고의무자들도 학대와 방임의 정확한 정의와 범위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동에게 필요한 의학적 혹은 정신의학적 치료를 하지 않는 것도 방임에 해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경우, 매사추세츠에서는 자동적으로 방임으로 신고가 되어야 합니다.
맞아요. 그렇지만 많은 교사들이 여전히 방임의 정의에 대해서, 특히 의학적 방임에 대해서 알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도 교사들과 이야기할 때 이런 경우는 방임이 될 수 있으니 신고하라고 권합니다. 일단 신고가 되면 해당하는 지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이 가정법원에 피해아동보호명령의 하나로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의사표시를 갈음하는 결정”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부모들이 아이가 응급한 치료를 받도록 할 수밖에 없겠네요.
맞습니다. 그게 제가 권유하는 내용입니다. 또 종합병원에서 저는 종종 의사나 간호사들로부터 아이가 필요로 하는 치료에 부모가 동의하지 않고 아이를 죽도록 방치하는 경우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번은 중환자실에 있는 아이지만 치료를 하면 좋아질 수 있는 상태인데도, 엄마가 올 때마다 “너 너무 힘들지 않니? 치료를 그만하고 차라리 죽는 게 편하지 않을까?”라고 말해서 엄마가 다녀갈 때마다 아이가 의욕을 잃고 상태가 나빠지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어머니를 신고하도록 권유했습니다.
미국에서는 특정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비슷한 경우가 있어요.
한국에서도 그렇습니다.
의학적 치료를 믿지 않는 종교들이 있죠. 그들은 신이 이 문제를 해결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병원에서 일어나면 병원의 법무팀이 DCF에 신고를 하고 법원에 아이에 대한 치료를 명령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특히 치료를 받지 않으면 아이가 죽거나 장기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는 경우에 그렇게 합니다. 이런 경우는 부모의 친권과 종교의 자유가 아동의 권리와 충돌하는 상황이 됩니다. 대개 법원은 치료를 명령합니다.
아이들 앞에서요?
… 아이들이 한쪽 부모의 편이 되도록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혼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법정에서 상대편 부모의 문제를 증언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법정에서 부모의 잘못을 증언한다구요? 지금도 그런 일이 일어나나요?
최근에는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이혼 후에 많은 부모가 상대편 부모를 만나지 못하게 하거나, 혹은 아이에게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인사조차 하지 않고 집을 나가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한국에는 낮 시간에 아이를 돌봐주는 시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혼 후 조부모가 아동을 돌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조부모가 다른 부모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비난하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부모가 양육비를 제때 지급하지 않습니다.
매사추세츠에서는 그런 경우에 법원이 월급에서 양육비를 공제하도록 명령합니다. 그러면 월급에서 매달 양육비가 자동으로 공제되어서 바로 아이를 돌보고 있는 부모에게 입금됩니다.
정말 훌륭한 제도네요.
이혼 과정에서의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주에서는 이혼 전에 의무적으로 부모교육을 듣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무적인 부모교육은 6~8시간 정도로 사실 아직 상당히 부족하지만, 모든 부모가 받드시 듣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혼을 하면서 자녀가 있는 부모들 가운데 85퍼센트 정도는 이 의무교육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을 받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상대편 부모를 비난하지 말라거나, 갈등을 아이들에게 노출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와 같은 내용들이 포함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10~15퍼센트의 문제가 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이 부모들은 계속 싸우고 비난하고 소송을 반복합니다. 이렇게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 양육에 영향을 줍니다. 사실상 아이들이 방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끔 우리가 ‘한부모 소외(alienation)’라고 부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한부모 소외’ 상황에서 아이는 특별한 이유 없이 한쪽 부모를 만나기를 거부합니다. 이것을 거부당한 부모가 훈육을 심하게 했거나 아이가 그 부모와 가깝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아이를 돌보고 있는 부모가 다른 부모에 대해서 정말로 나쁘고, 위험하고, 해로운 사람이라고 비난하기 때문에, 아이가 돌보는 부모에게 전적으로 동화되어서 다른 부모를 만나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때대로 확대가족이 이러한 과정에 관여하기도 하고, 치료자나 변호사도 한쪽 부모의 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한쪽 부모가 특별한 이유 없이 다른 부모를 못 만나게 한다면 그것 역시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한국에서도 이혼을 하려고 하고 아이가 있는 가족은 1~2시간 정도의 의무적인 부모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나 너무 심한 경우에는 우리는 갈등이 심한 부모를 위한 집중적인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주 3시간씩 9주에 걸쳐 양육방법뿐 아니라 의사소통과 문제해결과정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배우고 연습해보는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대개 법률전문가와 정신과 의사 혹은 상담전문가가 함께 이러한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은 많지가 않습니다. 아미 미국 전체를 통틀어서 5개 정도 될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판사와 검사, 변호사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합니다. 우리 모두가 부모교육을 더 많이 하면 할수록, 부모들이 아이를 부모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게 하고, 부모의 다툼과 폭력에 노출되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을 당하게 되면 신고하기를 주저하게 되지요.
그렇지만 여전히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경찰관에 대한 교육이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그런 경우에 경찰이 먼저 오지 않습니다. DCF가 오지요. 경찰은 누군가를 체포해야 하는 상황이 있을 때만 오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누구든지 신고한 사람들의 이름은 비밀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법원에서 아동보호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응급실에서 처음 신고한 상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순간에도 신고자의 이름은 비밀로 유지됩니다. 그래서 가해자는 절대로 누가 신고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짐작은 할 수 있겠지만 알 수는 없어요.
한국은 정말 좁은 나라이고 작은 사회입니다. 그래서 한국 법에도 “신고자의 인적 사항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지만, 대부분 가해자는 신고자가 누군지 알 수 있고 대개 신고한 것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작은 병원에서 일어나게 되면, 가해자가 병원에 와서 접수창구 앞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을 행사해 의사가 아예 진료를 할 수 없습니다.
그렇군요. 우리의 프로그램 가운데 학대를 발견해서 신고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주에 일어난 일을 예로 들어보죠. 우리가 이혼 양육권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학대가 의심되는 경우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부모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어머니도 아시겠지만, 저희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입니다. 어제 저희를 만났을 때 어머니는 아이가 집에 술을 가지고 와서 친구들과 마시는 것을 그냥 내버려두셨다고 하셨죠? 저는 이런 상황을 DCF에서 아동학대로 판단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신고의무자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신고를 해야 합니다. 제가 DCF에 전화를 할 때 옆에 계시겠어요?” 이런 방식으로 우리는 그들이 신고 과정에 관여하게 합니다. 그리고 전화를 할 때 그들이 옆에 있다면 그들은 DCF에게 바로 상황을 설명하거나 반박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그냥 신고를 하면 되니까요.
2주 전에도 양육권 평가를 하다가 아이들 어머니가 그들을 자주 때린다는 것을 보고한 적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얼마나 심하게 때리는지, 다른 학대가 있는지 정확히는 모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신고의무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말했습니다. “어머니도 아시겠지만, 저희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요. 그리고 어머니가 아이를 때렸다는 애기를 들었습니다. 저희는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어떤 상황에서 일어난 일인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저희가 신고의무자이기 때문에 신고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신고의무자이지 조사를 하는 사람은 아니니. 나중에 DCF가 조사를 할 겁니다. 제가 신고전화를 할 때 함께 계시겠어요?”
좋은 생각이네요. “사실인지 아닌지 저희는 모릅니다.”
맞아요. 우리는 사실인지 아닌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조사를 하거나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우리 일이 아니고, 신고를 하는게 우리 일이지요.
부모와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서 논의하는 방식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다른 문제는 경찰관이나 검사가 신고한 아동의 상황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아동학대에 대한 문헌이나 자료를 요구한다는 겁니다.
왜 그런 것을 요구하지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경찰관이나 검사가 아동학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함께 일하는 아동학대에 대한 전문가가 없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흔들린 아이 증후군(shaken baby syndrome)’으로 아동학대를 의심하여서 신고한 적이 있는데, 경찰서에 여러 번 와서 진술을 하고 검찰청에 가서 또 진술을 하고 법원까지 가서 증언을 해야 한 적이 있습니다. 경찰과 검찰은 이 아동이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와, 흔들린 아이 증후군이 아동학대의 증거라는 논문과 자료들까지 달라고 요구를 했습니다. 이 사례가 너무 힘들어서 이 전문의는 “매번 모든 사례가 이렇다면…”
…이제 더 이상 신고하지 않겠다고 했겠지요. 제가 보기에 우리의 DCF에 해당하는 한국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고용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신고를 한 사람이 이렇게 자료까지 제공해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신고와 조사 및 이후의 과정은 분리가 되어야 합니다.
맞습니다. 최근에 한국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변호사를 고용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제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고용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문의가 정신건강문제나 위험도, 그리고 양육의 문제에 대한 평가도 하고,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도 제공해야 합니다.
당연합니다.
매사추세츠에는 이런 고위험 부모를 지원하고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있나요?
우리도 좋은 예방 프로그램은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DCF는 아동학대에 대한 훌륭한 대응 프로그램이지만 예방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아동학대 예방은 미국에서도 큰 문제입니다. 스웨덴에는 고위험 가족을 도와주기 위한 정책이 있다고 합니다. 부모를 위한 무료 상담, 별거나 이혼 가정에서 부모가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를 도와주는 강의, 무료 소아정신과 진료, 집에서 아동을 돌봐주는 서비스 같은 것들입니다. 이것이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사추세츠에는 아동학대나 방임으로 신고가 되어 아이가 부모와 분리되지 않은 경우에 DCF가 집에 가서 도와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DCF가 집에 가서 부모교육도 하고 아이들도 도와줍니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필요한 서비스가 집에서 이루어지는 경우 대개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양육 문제나 정신건강문제, 경제적인 문제를 다루고 사회적 지원(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부모들도 있습니다)을 제공하는 것이 집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집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확실할 수 없지만, 적어도 참석률은 높습니다.
저는 고등학교에서부터 자녀양육교육을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학교 시설을 이용해서 지역사회에서 자녀양육교육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다른 교실에서 아이들을 봐주면서 부모가 마음 편하게 자녀양육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이지요. 사실 예산만 있으면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맞아요. 한국에서도 언제나 예산이 문제입니다.
사실 제일 중요한 것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가 모인다는 사실 자체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가 아동학대의 예방과 발견, 대응에 관한 정책과 절차를 개발한다면, 거의 항상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이런 모임에서 아동학대의 조사, 평가, 재판 과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한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학술대회를 함께 개최하거나 싱크탱크를 만드는 것도 이런 생각들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좋은 제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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