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한국 언론들은 하버드 의과대학(연구 당시는 매사추세츠대학) 허준렬 교수와 메사추세츠공과대학 글로리아 최 교수가 자폐증의 원인을 밝혔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대부분의 기사들이 “한국인 과학자 부부, 자폐아 출산 원인을 밝혔다”, “임신 중 감염이 태아 자폐증 유발”, “자폐증의 원인이 엄마의 장내세균?”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과학자, 의사, 자폐증 아동의 가족들 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극적인 언론보도 때문에 상당수 한국인들은 임신 중 감염이나 엄마의 장내세균이 자폐증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자폐증 아동의 엄마들은 자신 때문에 아이들이 자폐증에 걸렸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자폐증의 치료법이나 예방법이 곧 개발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 언론의 보도는 연구결과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부분이 많다. 뉴욕에 기반을 둔 자폐증 과학재단은 한국언론이 연구결과를 과장해서 보도하고 있다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발표하기도 했다. 허준렬 교수와 글로리아 최 교수의 연구결과에서 새롭게 밝혀진 점은 무엇인지, 이러한 연구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정리해보았다.
새롭게 발견된 내용들
임신 중 모체의 감염과 이로 인한 면역반응활성화가 자폐증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왔다. 허준렬 교수와 글로리아 최 교수도 2016년 Science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쥐가 임신 중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Th17(T helper 17 cell)이라는 면역세포에서 interleukin-17a이라는 단백질이 분비되고 모체의 면역체계가 활성화되어 태아의 뇌세포 발달에 영향을 주고, 태어난 쥐가 자폐증과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표한 바가 있다.
2017년 9월 13일에 Nature지에 발표된 논문 가운데 한 편에서는 엄마 쥐의 장내 세균이 면역세포에서 interleukin-17a을 만드는 과정을 촉진시켜, 면역반응을 활성화하고, 신경발달장애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것을 보였다. 또 다른 논문에서는 이러한 면역반응으로 인한 뇌의 이상이 대뇌 피질의 일차 체성감각영역(primary somatosensory cortex)에서 주로 나타나며, 이 가운데 특정부위는 사회성 결핍과 연관되고, 다른 부위는 반복행동과 관련된다는 결과를 보였다. (사회성 결핍과 상동적 반복행동은 자폐증의 주된 증상들이다.)
허준렬 교수와 글로리아 최 교수의 연구는 임신 중 모체의 감염이나 면역반응이 아동에서 신경발달장애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장내세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최근에 관심을 받고 있는 뇌-위장관계의 상호작용(Brain-Gut axis)이 자폐증의 발병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연구의 결과를 해석할 때 몇가지 중요한 점들을 고려해야 한다.
고려해야할 점들
첫째, 대규모 역학 연구들을 보면, 임신 중 모체의 감염이 자폐증의 발병에 영향을 주는 위험도(Odds Ratio)는 1.3-2 정도로 적다. 자폐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들의 위험도가 10-30 정도인 것을 고려해보면 상당히 적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임신 중 모체의 감염은 자폐증의 “주된 원인”이라기보다는 “여러 원인들 중 하나”이다.
둘째, 임신기간 내내 감기나 다른 감염에 한번도 안 걸리는 것은 사실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임신 중 감염이 있었던 아이에서 모두 자폐증과 같은 신경발달장애가 발병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임신 중 감염이 모체의 면역 활성화로 이어지게 하고, 다시 뇌발달에 영향을 주어서 신경발달장애가 발병하게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허준렬 교수와 글로리아 최 교수의 연구는 이러한 과정에 장내세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장내 세균은 이러한 과정을 조절하는 요소들 중 하나일 뿐, 그 외에도 다양한 요소들이 관여할 수 있다.
셋째, 이 연구들은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 이 연구의 결과를 직접적으로 사람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이 연구에서 밝혀진 뇌부위는 사람에서 자폐증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뇌부위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쥐는 자폐증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으로 알려진 고위연합영역들이 거의 없다. 또한 이 연구에서 사용된 쥐의 행동평가방법(Ultrasonic vocalizations, Three-chamber social approach, Marble burying test, Open field test)들은 자폐증의 동물모델에서 흔히 사용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자폐증의 증상을 전적으로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넷째, 이 연구들을 보면 임신 전에 항생제를 사용해서 특정 장내세균을 제거하면 이후에 태어난 아이가 자폐증에 걸릴 위험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연구들은 장내 세균이 자폐증의 발병에 관련될 가능성을 보인 최초의 연구로, 추가적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임상시험들도 충분히 시행되어야 자폐증의 예방을 위한 항생제 사용이 도움이 될지 알수 있다. 따라서 연구의 결과를 자폐증을 예방하는데 적용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 연구는 자폐증의 치료법에 대해서는 특별히 시사하는 바가 없다.
이러한 몇 가지 고려해야할 점에도 불구하고 허준렬 교수와 글로리아 최 교수의 연구는 장내 세균과, 모체의 면역 활성화, 자폐증의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하고, 추후 자폐증의 원인을 밝히는데 중대한 기여를 한 연구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한국 언론들은 연구의 결과를 과장하거나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제고해야한다. 이러한 언론의 태도가 과학자와 대중의 의사소통을 저해할 뿐 아니라 자폐증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죄책감을 자극하고 심리적인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
References
Choi GB, Yim YS, Wong H, Kim S, Kim H, Kim SV, Hoeffer CA, Littman DR, Huh JR. The maternal interleukin-17a pathway in mice promotes autism-like phenotypes in offspring. Science. 2016;351:933-9.
Kim S, Kim H, Yim YS, Ha S, Atarashi K, Tan TG, Longman RS, Honda K, Littman DR, Choi GB, Huh JR. Maternal gut bacteria promote neurodevelopmental abnormalities in mouse offspring. Nature. 2017;549:528-532.
Shin Yim Y, Park A, Berrios J, Lafourcade M, Pascual LM, Soares N, Yeon Kim J, Kim S, Kim H, Waisman A, Littman DR, Wickersham IR, Harnett MT, Huh JR, Choi GB. Reversing behavioural abnormalities in mice exposed to maternal inflammation. Nature. 2017;549:482-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