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전, 나는 이승우를 ‘한국 최고 인기 축구 선수’라고 소개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승우를 응원하는 사람들과 조롱하는 사람들은 매일 온라인에서 격렬한 말싸움을 벌인다. 이승우가 잊혀지지 않고 여전히 화제를 모으는 건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을 떠나 프로 팀으로 이적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제 이승우는 이탈리아에서 뛰는 유일한 한국인 선수다.
어떻게 베로나에 가게 됐나?
이승우, 백승호, 장결희는 지난 5월 갈림길 앞에 섰다. 바르셀로나가 B팀 멤버로 고른 선수는 남고, 나머지는 다른 팀으로 떠나야 한다. EU 국적이 아닌 선수는 B팀에 두 명만 뛸 수 있는데, 바르셀로나는 이미 브라질과 온두라스에서 한 명씩 영입하며 한국 선수들의 자리를 없애 버렸다. 세 명 모두 떠나야 했다.
셋 중 가장 경력이 위태로웠던 장결희가 먼저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스 1부 리그 팀 아스테라스 트리폴리 입단에 성공했다. 백승호는 더 익숙한 스페인에 남기로 했다. 지로나의 B팀에 입단했다. 지금은 3부 리그에서 뛰어야 하지만, 좋은 활약을 한다면 1군으로 올라갈 수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했던 것처럼 팀 안에서 신분상승을 노리는 길을 또 택했다.
셋 중 가장 유명한 이승우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팀에 입단하는 데 성공했다. 세리에A 승격과 강등을 반복하고 있는 엘라스 베로나다. 이승우는 프로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선수라 어느 팀이든 위험부담이 크다. 그러나 ‘한국의 메시’라는 별명과 유소년 시절 받았던 기대를 통해 베로나의 영입 제안을 이끌어냈다.
이승우는 성공할 수 있을까?
베로나는 한물 간 유명 공격수를 영입해 기대 이상으로 활용하는 팀이다. 이탈리아 대표 출신 루카 토니는 2014-2015시즌 38세 나이로 득점왕을 차지하며 베로나의 잔류를 이끌었다. 그 뒤로 강등됐다가 이번에 다시 승격했다. 잠파올로 파치니, 안토니오 카사노, 알레시오 체르치라는 아주리 출신 늙은 삼지창을 만들었다. 그런데 괴짜 카사노가 갑자기 은퇴하며 공격진에 구멍이 생겼다. 이에 이승우를 영입하고 유벤투스의 2000년생 공격수 모이스 킨을 빌려 왔다. 본의아니게 팀이 젊어졌다.
이승우가 영입된 뒤 베로나는 한 경기를 했다. 이승우는 부랴부랴 취업 비자를 받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피오렌티나를 상대로 심하게 밀린 베로나는 윙어를 한 명 투입해야 했다. 이때 이승우가 아니라 킨을 택했다. 이승우의 데뷔전은 일주일 미뤄졌다.
아직 데뷔도 못했지만 전망은 괜찮은 편이다. 공격진 중 누구도 확실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승우에게도 시험 삼아 선발로 뛸 기회 정도는 있을 것이다.
한국의 반응은?
세리에 A에서 뛰는 한국 선수는 안정환 이후 처음이다. 안정환은 페루자에서 뛰던 2002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만나 골든 골을 넣었다. 이탈리아를 탈락시켰다는 강한 반발에 인종차별적 시선까지 겹쳐 도망치듯 이탈리아를 떠나야 했다. 그 뒤로 한국인들에게 이탈리아 축구는 인종차별이 유독 심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이 인식은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다.
이승우는 안정환 이후 15년 만에 이탈리아로 떠난 한국 선수다. 세리에 A는 모처럼 한국에서 생중계되고 있다. 지금 2부에 있는 페루자는 북한 선수 한광성의 소속팀이기도 하다. 한광성은 현재 2부 득점 1위를 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승우와 한광성은 지난 2014년 U-16 아시아선수권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사이다. 이승우는 메시, 한광성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비교되기도 했다. 남과 북의 두 20세 유망주가 이탈리아에서 각자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